범죄도시3 관람객이 천만을 넘겼다. 시리즈 3개 모두 합쳐 3천만이 넘는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고 조금 놀랍기도 섬뜩하기도 하다.
1편의 흥행은 차치하더라도 2, 3편의 흥행은 왜 일까.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다거나 무더위에 극장이 쾌적하다거나, 주인공의 통괘한 액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 똑같은 서사와 인물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 한편 소외감이 느끼면서, 최근에 소중한 생명의 잉태를 경험하였기에 무수히 맞아 떨어져나가는 수 많은 폭력의 잔해 인간들이 거북스럽다. 하나의 인간은 두 인간의 사랑으로 태어나는 것이기에, 한 사람의 죽음은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슬픈 일이다.
한편, 최근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중 하나가 존윅4이었다. 왜 그 영화를 택했나.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이기도 했지만, 아무 생각없이 재미를 느끼고 고된 비행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서였다. 이 뿐이 아니다. 내가 가끔 즐기는 철권이라는 게임도 갖가지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패고 쓰러뜨리는 것이다. 폭력을 간적접으로 경험하는 것은 재미이자 스트레스 해소임을 부정하기엔 나의 정신적 및 생리적 반응은 폭력에 호의적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가졌던 위선을 덮고, 폭력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이자 욕구임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할 뿐이다 (물론 일부는 몸소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법의 처벌을 받지만).
이러한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이 선천적인 그것이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자연스러운 인류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쟁을 하는 국가가 곧 국민이기에. 실제로 러시아 국민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율은 전쟁 후 80%를 넘어섰고, 히틀러 지지율은 무려 99% 였다. 인간은 폭력을 원하고, 무지한 대중은 선동에 휩쓸리기 쉽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된 폭력성을 누구 하나 실제로 해치지 않고 해소시켜주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고마운 영화이다. 한편으로, 무지한 대중으로부터 인기와 부를 얻으려는 영리한 예술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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