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술을 사러 코스트코에 갔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러나 역시다.

밀키밸리와 고민하다 텍사스 거주인으로써 텍산 버번 위스키를 미친 척 사 보았다. 그러나 역시다.

한 손에는 바나나 한 송이를 들고

출구에서 체크아웃하는데 뒤에서 또렷히 들리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

"바나나 한 송이뿐이라니 흥미롭군"

코스트코에서 바나나 한송이는 흥미롭긴 하다.

그래서 맞장구 쳐주었다. 구구절절 사연은 생략하고..

난 그저 술을 사러 온 거고 한 손이 비어 바나나를 샀을 뿐이라는 말 대신에

바나나가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항우울증 효력이 있다는 말 대신에

그 지기와 두 번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 테니까

겉으로 내뱉는 사람이 있으면

나처럼 삼키는 사람도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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